[85호] 할배들이 놓치고 간 것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굳이 다시 꺼내지 않더라도 <꽃보다 할배>의 여행은 모든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낯선 땅에서는 할배들이나 우리나 그 나라의 동네 꼬맹이들보다 어리숙한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대만 여행을 마친 할배들의 다음 여행지가 알려지기 전,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디어디에서 제작진을 만났다더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도시에 사는 우리에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내가 늘 걷는 이 거리에서 할배들은 어떤 것들을 보고 갈까? 한국인들 몇이 모이면 미리부터 동선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도시를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된다는 건 무엇보다도 신나는 일이지만, 바르셀로나의 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하면 어쩌지?

 그렇게 <꽃보다 할배> 스페인 편의 방송이 시작되고 한동안 SNS에 바르셀로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글이 이어지는 걸 보며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할배들이 코앞에서 놓친(혹은 편집된) 것 들에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어떤 도시를 여행하더라도 짧은 일정에 만나지 못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곳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곳에서 여행자들을 만나는 일을 하면서 할배들의 여정을 그대로 따라 걷는 여행자들이 늘어가는 걸 보면서 아차 싶었던 맘을 담아 바르셀로나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자가 들러 가는 곳 중 할배들이 놓친 곳들을 지면을 빌려 덧붙여보려 한다.

 

1. 몬주익 성

할배들은 바르셀로나 해변에서 몬주익 언덕 중턱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상의 몬주익 성으로 가는 케이블카로 갈아타야 했지만 하필 점검 중이었던 탓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할배들이 타지 못한 케이블카 정거장 바로 앞에서 150번 버스를 타고 5분 남짓이면 종점인 몬주익 성까지 갈 수 있다. 몬주익 성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데 한쪽으로는 바르셀로나 시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지중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까 이곳은 성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성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보기 위해 가는 곳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2. 포트벨(항구)

바르셀로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요트가 있는 도시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규모가 큰 요트 선착장이 여러 곳에 있는데 그중에서도 포트벨은 주변 경관이 손에 꼽는 곳이다. 해가 좋은 날이면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운이 좋으면 다리가 열리고 그 사이로 요트들이 드나드는 장면을 볼 수도 있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카탈루냐 광장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면 바로 닿는 곳이니 기억해두면 좋다.

3. 근교 도시들

여행지로서 바르셀로나의 매력은 다양한 모습을 한 근교 도시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나 그리스 어디쯤의 풍경을 가진 하얀색 건물들이 늘어선 작은 해안도시 시체스. 골목골목에서 오랜 역사를 발견할 수 있는 타라고나. 바위산 위에 자리 잡은 수도원과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압권인 몬세라트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도시들은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30분에서 한 시간이면 닿는 거리에 있어, 한국에서의 장거리 출퇴근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그리 먼 곳도 아니다.

 

 한 명, 한 명의 여행은 다 다르다. 그래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가득할 게 분명한 여행에서는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만나고 간 것들이 안겨주는 감동이 더 크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이런 훈수가 쓸데없는 오지랖이란 걸 잘 알지만, 유럽을 여행하는 모두의 말처럼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를’도시를 지나는 여행자들에게 이 도시를 사랑하는 다른 여행자가 노파심에 보내는 작은 응원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