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호] 시위와 축제 사이

 바르셀로나 시내를 걷다보면 집집마다 걸려있는 빨간색과 노란색 줄무늬 깃발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세녜라 Senera 라고 불리는 이 깃발은 까딸루냐주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그렇구나 하고나면 그제야 의문이 생긴다. 관공서를 제외하고는 스페인 국기가 걸려있는 집은 보이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주민의 절반가량이 까딸루냐의 분리독립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깃발들은 ‘우리는 까딸란(까딸루냐 사람을 의미하는 스페인어)이다’ ‘우리는 독립을 원한다’ 라는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이 깃발에 별모양이 추가된 것은 좀 더 명확하게 분리 독립을 향한 목표를 의미한다.)

 이들의 정신을 가장 뜨겁게 체감 할 수 있는 날이 9월 11일 까딸루냐의 날이다. 올해는 까탈루냐가 1714년 스페인 프랑스 연합군에 항복하고 스페인왕국에 합병된지 300년째를 맞아 예년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시위가 있었다. 게다가 올해 11월 9일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더욱 뜨거운 분위기로 까딸루냐의 날이 채워졌다. 

 이날은 수십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독립”을 외치며 시위를 하는데 이 시위라는 것이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건 현 자치정부 역시 까딸루냐의 독립을 희망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도움(?) 속에서 진행되는 시위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아이들부터 애완견까지 함께 나와 온가족이 참여하기도 하며 전통 문화 공연과, 지역 음식이 어울어지는 시위의 풍경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정겹기까지 하다.

 독립을 외치는 굵은 목소리 사이에 도시 곳곳에서 들려오는 연주 소리가 겹치고, 거친 구호를 쓴 현수막 흔드는 어른들 사이로 목마를 탄 아이들 세녜라를 흔드는 모습들이 섞이는 순간 자칫 거칠어 질 수 있는 시위가 모두가 즐기는 축제가 되는 것이다. (이지역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선수인 사비 에르난데스, 헤라드 피케등을 비롯한 바르셀로나 축구 스타들도 아이들과 함께 시위에 참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풍경은 전통문화 공연에 참여하는 연주자들과 연기자들 역시 모두 남녀노소의 일반 시민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는 그 어떤 전문가 보다도 진지하다. 진심이 느껴진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뜨겁다.

 이방인으로써 그들의 시위(혹은 축제)를 1박 2일동안 지켜보면서 느낀 건 시위에도 이들만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법에는 피켓에 써인 문구나 크게 외치는 목소리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배운다. 오늘도 바르셀로나 거리에는 집집마다 세녜라가 펄럭인다.